13_진상태 Jin Sangtae

아침에 바쁜 일들을 끝내놓고 무언가 생각나는 바가 있어서 부리나케 낙원상가에 가서 집게 마이크를 사가지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언제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세팅을 끝내놓고 약간의 리허설 이후 첫 세트인 나의 솔로 연주를 시작했다.

image 즉흥연주를 하면서부터, 솔로연주는 어색하고 긴장되는 자리였다. 어느 때 부터인가, 솔로로 연주하는 게 편해졌다. 또 하나의 솔로앨범을 준비하면서 연습으로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나 보니  더 그런 듯 하다. 언제나 협연의 가능성과 즐거움이 더 크긴 하지만, 솔로 연주는 나의 개인적인 성향상 편하다. 이것은 ‘선호한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항상 깔려져 있던 믹서 혹은 마이크에서 나오던 원치 않은 노이즈들이 거의 사라지며 음향으로는 근래에 가장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왔는데 흔한 상황은 아닌 듯 하다. 마치 작년 하반기 경에 계속된 PA문제로 울상이었던 상황을 한방에 보상 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오늘의 연주는 세팅의 시간이 연주보다 어떤 측면에선 더 중요했는데, 될 수 있으면 최소한의 조작으로만 연주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나왔기에 세팅에서의 밸런스, 즉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소리가 나오거나 영향을 받는 지점에서의 배음과 변주의 균형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주위의 연주자들은 다 알고 있지만, 내 셋업 시간은 다른 연주자들 보다 보통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정도가 더 필요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지겨움에 셋업 자체를 아예 고정시켜 커스텀 셋을 만들어 볼까 생각도 했지만, 반복되는 세팅때 마다 나도 몰랐던 새로운 방법을 알아가게 되었고 그 즐거움이 커져 그런 생각은 접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솔로처럼 중간중간 셋업이 풀려 애써 연결해 놓은 하드디스크의 선들이 빠져 나뒹굴고 있을 때면 커스텀 셋업의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하지만 그런 좋지 않은 상황조차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오늘 같은 날이면… 애써 안 좋게 생각하는 것도 병이다 싶다. 다만 솔로 연주가 셋업에서 발음이 가능한 음들을 가지런히 배열시킨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때가 있는데, 예전부터 품고 있었던 생각이었지만 여전히 답은 없다. 거기에 실수로 인해 오동작 하는 제법 비중이 큰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또한 좋은 연주의 필수불가결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공간이 주는 익숙함 또한 크게 작용했다.

image 최준용과의 듀오의 컨셉은 모 레이블의 제의로 시작한 것으로 둘의 셋으로 드럼앤베이스(혹은 IDM, 여튼 그런 비슷한) 같은 튠을 만들어보자 라는 최준용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몇 번의 녹음을 했지만, 서로가 ‘잘 모르겠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식의 얘기만 반복되다 지난 녹음을 최근에 다시 들어보니 꽤 괜찮아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녹음 겸 공연을 해보자 하여 만들어진 세트다. 그러나 이번에도 연주가 끝난 뒤 서로를 바라보며 ‘잘 모르겠네…’라 중얼거리며 마무리 하고 말았다. 나의 연주만 놓고 보면 오늘은 드럼엔베이스라기 보단 힙합에 가까웠다고 생각하는데, 만들어 낸 혹은 우연이 섞여 만들어 진 리듬들이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연주가 기존의 즉흥음악과는 다른 시도를 해보자 라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모르겠다. 그러나 그 ‘모르겠다’라는 애매모호한 점이 나에겐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점때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시도하게 되니까 말이다.

글_진상태.
http://popmus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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