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1회 닻올림 백일장’에서 입선으로 당선된 이미연씨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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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10대때부터 녹음기와 다양한 형태의 마이크로폰을 이용하여 꾸준히 필드 레코딩을 지속해 왔다고 한다.필드 레코딩에 대한 경험이 미천해서 이것의 의미가 어느정도까지 확장, 적용될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필드 레코딩은 일반적인 녹음이라기 보다는 채집에 가까운 것 같다.
필드 레코딩도 레코딩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소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자 하는 열망, 그 즐거움에 기반하는 것은 다른 녹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밀한 레코딩을 위해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장비들이 동원되는 것도 그래서 자주 목격되는 일이다. 하지만 필드 레코딩은 채집이다. 나비를 잡으려면 들로 나가야 하고 그것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다보면 해가 저무는 것처럼 필드 레코딩은 소리가 있는 곳으로 기록자가 가야하며,소리의 대상이 처한 상태 속에서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소리의 발생원(쉬운 예로 악기와 연주자)이 최적의 녹음 컨디션을 찾아 훌륭한 콘서트홀, 최첨단 스튜디오와 같은 예민한 무균지대에 방문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다. 재즈가 온라인을 통해 비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파일형 팜플렛 <tristesse engraved>에서 소리와 함께 게시되는 이미지들은 재즈가 소리를 채집하는 동안 그가 그곳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채집에 다름 아니다.
재즈의 닻올림 공연에서 몇가지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그가 소리증폭장치와 연결한 기타줄 위에 커피믹스를 손으로 흩뿌렸던 것과 이-보잉을 탁자에 설치하여 탁자가 흔들리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운드 발생법과 거기서 만들어진 소리들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감동적이었는데 왠지 그가 오랜 기간동안 필드 레코딩을 진행하면서 물소리를 녹음할 때 물가에 있었고, 바람소리를 녹음할때 그 바람을 느꼈으며, 또 물과 바람이 있었을 그 환경 속에서 그가 관찰하고 경험했을(그때 해가 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멀리 산중턱에서 돌무더기가 떨어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실은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다차원의 소리와 그 소리들의 메카니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글 / 이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