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_사토 유키에 SATO Yukie

CRW_6518 이번 닻올림 정기연주회의 특징은 처음의 금요일 밤인 것, 그리고 PA시스템을 일체 사용하지 않은 공연이었던 것이다. 저는 작은 기타 앰프를 준비해 왔다. 게스트인 최준용은 깨진 테이프 리코더의 생 소리 노이즈. 그래서 평소 여기에서 쓰는 믹서 등은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닻올림 장소는 지극히 보통 오피스텔의 일실이므로,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음량에는 처음부터 상당히 배려했다.

최초 세트는 저의 솔로다. 테이블 기타로 화려한 연주에 시종했다. 솔로에서는 “동(動)”을 의식하고, 그래, 평소대로 즐거운 연주를…라는 것이다.

숟가락, 젓가락, 병따개, 핸드 믹서, 잔돈, 장난감, 자전거 벨, 카세트 테이프, 긴급용 자가발전 라이트, 등등을 구사한 “엔터테인먼트” 노이즈 기타 솔로. 스피디로 전개. 단 음량에 주의하고 있었으므로 완전히 난리가 났다라고 형용할 수 있는 것 같은 내용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압제 된 열기 또는 마음속에 숨긴 광기라고 하는 것 같은, 소위 “락”적인 연주가 되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공연 후 저는 마치 곱창전골의 라이브가 끝난 것 같이 땀 투성이가 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잠시 휴식 후 제2세트는 오래간만에 준용과 함께 듀오다. 나의 기타 연주에 준용에 의한 깨진 테이프 리코더로부터의 생 잡음이 울려 퍼진다고 하는 것. 기타는 2개. Les Paul와 CASIO의 디지털 기타(일종의 장난감)을 준비하고, 아까 했던 연주와는 전혀 다른 어프로치를 행한다.

이번 세트에서는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누르고 엔터테인먼트성을 일체 배제한 “정(靜)”을 테마로 유의했다 (라고 말해도 완전히 엔터테인먼트성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준용에 의한 미세한 노이즈도 잘 들리도록 음량조절에 세심한 주의하며 높은 긴장감이 감돈다.

CRW_6541 CASIO 디지털 기타에 의한 조용한 드론(drone) 소리로부터 시작되고, 거기에 준용의 ㅂㅂ,ㄱㄱ, ㅋㅋ, ㅈㅈ, 규ㄴㄴㄴ…라는 벌거숭이 “잡음”이 기승전결도 아무 것도 없이, 단지 당돌히, 무슨 예고도 없이 겹쳐 온다.

중간 부분에서는 Les Paul로 노이즈나 현대음악풍 불협화음 등을 연주했지만, 준용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담담하게 테이프 리코더로부터 잡음을 발생시킨다. 이 장면에서는 “연주”과 “비(非)연주”의 대비라는 모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봐 있는 측은 특히 그랬다고 생각된다).
듀오는 다시 드론(drone) 소리에 되돌아가서 종료했지만, 이렇게 조용한 연주는 정말로 오래간만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역시 너무 재미있었다.

조용히 침착해져서 집중할 수 있는, 이러한 연주를 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닻올림의 장점일 것이다.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는 솔로로 작은 음량으로 조용한 연주를 해 보고 싶다.

by 사토 유키에 (http://www.satoyuk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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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_홍철기

 

CRW_5671왜 그랬었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나는 그날 연주를 시작할 때까지도 잠이 완전히 깨질 않았다. 날씨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는 내 솔로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의 밀도가 높다는 것이 반드시 연주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날 내 솔로 연주는 소리와 소리, 연주와 연주 사이의 전환점들의 간격이 매우 조밀해서, 결과적으로 밀도가 높았다. 즉 매우 빠르게,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소리를 끊고 이어가면서 연주했기 때문인지 짧은 시간을 정말로 오랫동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했다고 생각하고 연주를 마쳤을 때도 시간은 15분을 넘지 않았다. 턴테이블의 플래터 표면에 바늘을 직접 마찰시키고, 카트리지가 입력 받은 신호를 전달하는 약간의 노출된 톤암의 전선 부분을 합선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믹서 피드백과 원리상 동일한) 나는 연속적인 소리, 혹은 침묵의 구간 간의 단절과 단절 사이를 바쁘게 오가면서 연주를 했다. 내 솔로 연주는 닻올림에서의 연주 직전까지 몇 달 동안 전념한 DVD <Expanded Celluloid, Extended Phonograph>의 음향 작업(영상: 이행준) 중 발견하게 된 (그리고 실은 믹서 피드백을 주로 사용하던 시기의 방법과 일치하는) 방법들을 활용하였다. 15분도 채 되지 않은 연주가 끝나자 나는 잠이 완전히 깼다.

CRW_5689그날 두 번째 세트는 닻올림 주인장과의 듀오 연주였다. 이때는 솔로와 달리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연주에 임했다. 노이즈나 즉흥연주에서는 미리 정해놓은 방향이나 악보가 없고 심지어 그러한 악보가 불필요하기까지 하다. 물론 미리 정해진 방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협연을 하게 되는 연주자나 공간에 대한 예측이나 합주를 통해서 결정되기 보다는 첫째로는 악기(음악의 도구이자 재료, 그리고 데릭 베일리(Derek Bailey)가 말하는 것처럼 나의 “동맹(ally)”이기도 한)의 선택에서 결정되고, 악기가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 결정되며, 둘째로는 연주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시공간 안에서의 “듣기”라는 행위에 근거하여 결정된다—따라서 미리 결정되지 않는다. 특히 두 번째 결정의 계기는 믹서 피드백과 같은 기계 내적인 피드백(internal feedback)을 연주에 이용할 때보다는 피드백 룹에 연주 공간도 포함시키는 외적 피드백(external feedback)을 이용할 때 훨씬 중요해진다. 이날 솔로 세트에서 내 연주가 전자에 가까웠다면 듀오 세트에서는 후자에 가까웠다. 믹서의 버튼을 잘못 눌러놓는 ‘실수’도 여기서는 음향을 구성하는 연주의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솔로연주가 끝나고 보다 맑은 정신상태에서 나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듀오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

by 홍철기 HONG Chul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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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_Joe Foster

CRW_5548비가 오는 날이었고, 나는 오랜 동안 알고 지낸 동네, 홍대근처를 지나 진상태의 새로운 연주공간인 닻올림을 향했다. 나는 닻올림이 작다고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작았다. 상태와 그 부인을 보니 훨씬 더 편해졌고 나는 악기를 셋업하면서 한길과 관객들을 기다렸다.

작은 방은 가득찼고 곧 나는 솔로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솔로연주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솔로연주가 싫어서는 아니다–음, 아마도 약간은 싫어하는 것 같기는 하다. 나는 흥분되었고 특별한 이유없이 긴장했다. 방은 그렇데 어둡지는 않았고 가까이 있는 관객들은 나와 악기의 거리만큼이나 가깝게 있었다. 관객들과 나는 악기를 올려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같은 거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곧잘 쉽고 자연스럽게 집중을 하게 되는데, 아마도 습관적이겠지만, "내 스스로를 잊는다." 하지만 닻올림에서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관객들의 거리,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찬 눈들, 그리고 왼쪽 편에 앉아있는 친한 몇몇 친구들의 집중도를 매우 잘 의식했다. 그래서 나의 연주는 최소한 처음에는 평소보다 더 의도가 분명하고 의식적이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매우 단조로운 전자음들과 어쿠스틱 음향의 톤을 바꾸고 섞어가면서 내가 기대하고 선호하는 초점으로 옮겨가길 바랬다.

때때로 그것은 제대로 맞아떨어졌고 나는 내 음악을 연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 음악이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무언가가 이 작고 따듯한 공간에 있는 나 자신의 물리적 존재를 계속해서 일깨워줬다. 어떻게 이 작은 방에 앉아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큰 공간에 있는 거대한 관중보다 더 존재감을 갖게 된 것일까? 그것은 어려운 일이면서도 아름다운 일이다.

CRW_5558잠시 쉬고 난 후에 내가 고대하고 있었던 셋의 차례가 되었다. 그것은 류한길과 듀오였다. 한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이자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한길이 얼마나 심하게 나를 새로운 음악의 영역으로 밀어붙이느냐와는 상관없이 그와 연주하는 것을 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듀오 셋은 매우 흥미롭고도 복잡한 것이었다. 내가 느끼기에 우리는 각자의 움직임을 예견하고 있었고, 시간차를 갖는 쪼개진 상호작용을 위해서 우리의 최초의 반응욕구에 따르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 보니 존스(Bonnie Jones)와 내가 지난 여름 일본 투어 기간 동안 서로의 연주에 대해 반응한 방식과 조금은 유사한 것이다. 보니와 나는서로에게서 벗어나면서도 서로를 뒤집을 수 있었고 우리는 의사소통을 깨버릴 수 있었는데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통해 흥미로운 다른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행히도 서울에서 이런 음악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갖게 되었다. 거기서 연주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글_조 포스터 Joe Foster
번역_홍철기 Hong Chulki
 
[원문]
 
It was a rainy day and I went through Hongdae, my old neighborhood, to Jin Sangtae’s new space, Dotolim. I knew the space was small, but it was even smaller than I’d expected. Seeing Sangtae and his wife made me feel much more comfortable, and I set up and waited for Hankil and the audience.
The small room got filled up. Pretty soon I started playing a solo.
I don’t do many solos, not because I don’t like to–well, maybe partly because of that. I was excited and uncharacteristically nervous. The room wasn’t dark, and the nearest member of the audience was as close to my equipment as I was, basically sitting across the table from me.
I’m used to falling into concentration very easily and naturally, maybe just by habit, and "forgetting myself," but this didn’t happen on its own at Dotolim. I was very conscious of the proximity of the audience, the curious eyes of people I didn’t know, and the attention of a few close friends sitting to my left. I was also aware of the vacuum of playing alone–I don’t feel this way playing at home or playing with others. So my playing, at least at first, was more intentional and conscious than usual. I consciously worked into a territory of alternation and intermingling of very prosaic electronic tones and much richer acoustic ones, hoping that path would lead me to the focus I expect and prefer.
At times, it worked and I was in my music, I was my music, but never for long. Something kept reminding me of my physical existence in this small, warm space.  How can such a small group of people in such a tiny room be more intimidating than a big crowd in a large venue? It is challenging and beautiful.
After a short break came the set I was looking forward to: a duo with Ryu Hankil. Hankil is one of my favorite musicians and people, and I knew I could feel comfortable playing with him no matter how hard he pushed me into new musical territory. The duo set was very curious and complex. I felt like we were anticipating each other’s moves and resisting our first response impulses in favor of delayed and broken interactions. It was actually a little like how Bonnie Jones and I interacted last summer on tour in Japan: we could digress and subvert each other, we could break the communication because we trusted each other to wind up somewhere interesting.
We are fortunate to have a new space for this music in Seoul. It feels good to play there.

– Joe Fo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