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림 백일장] 입선_이옥경 – Nihm

아래의 글은 ‘제1회 닻올림 백일장’에서 입선작품으로 뽑힌 이리나씨의 글입니다. 이 글을 필두로 순차적으로 백일장에서 입선하신 분들의 글을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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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즉흥 음악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앨범, 이옥경의 Nihm

평소 드론 둠과 같이 노이즈적이고 기존의 구성을 따르지 않는 실험적인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즉흥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 닻올림 이라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닻올림 작가들의 곡을 들어보았는데, 곡의 전개의 낯설음보다는 턴테이블 등 기계에서 나는 소리의 음색이 나의 폐부를 찌르는듯 섬찟했다. 물론 그런 두려운 느낌을 원했긴 하지만 한번만에 온전히 느끼기엔 너무 강렬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을 잠시 미뤄두고 다른 즉흥 음악을 찾다 이옥경이라는 첼로 즉흥 연주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음악을 들어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음악은 곡 구성은 낯설었지만 첼로의 음색은 나에게 익숙했기 때문에 한번만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가장 많이 들은 즉흥 음악 앨범이기에, 리뷰를 쓴다.

첫 곡, On a Windy day. 챠임벨 소리가 주된 곡이고, 아래에는 낮은 타악기가 연주되는데, 점점 소리가 고조되었다가 중간에 잠깐 휴식 한 후 점점 엷어진다. 타악기와 챠임벨의 음역 차 때문인지 굉장히 넓은 공간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외계에서 맞는 바람이 이런 느낌일까? The Undeniable Empty feeling. 묘한 느낌의 같은 리듬과 비슷한 멜로디가 반복된다. 사실 나는 이 곡을 들었을 때 보사노바 같은 느낌도 들었고 비교적 밝은 느낌이라 주제도 밝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제목이 우울한 느낌이라 놀랐다. 다른 트랙에 비해선 듣기 편한 트랙이긴 하지만 어딘지 모를 불편함 또한 있는 곡.

Home [Korean Children’s Song]. 집, 어린이의 노래라니 왠지 따뜻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첼로 연주 곡일 것 같았지만 오히려 첼로 연주는 없고 윙윙거리는 기계음과 피아노가 주된 곡이어서 재미있었다. 보통의 의미의 집과는 정반대인, 얼음처럼 차갑고 세상에서 단절된 소외된 집이 떠오른다. Deep Blue Knot. 굉장히 빠른 속도에 멜로디 라인이 거의 없는 곡. 아주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마치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고 싶은 마음처럼 생각되었다. 쉴새없이 휘몰아치는 첼로 연주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Closed Window. Deep blue knot와 비슷한데 첼로가 멜로디를 연주한다는 점에서 다른 곡이다. 계속 전개 될 것만 같은 멜로디가 발전되지 않고 계속 반복 되어 불길한 느낌을 주는데, 마치 닫힌 창문을 열고 방에서 나가고 싶지만 나가지 못하는 듯 답답한 심정이 잘 느껴진다.

Story of you and me. 이 앨범에서 가장 서정적인 트랙으로 생각된다. 아름다운 선율의 첼로에 하프는 약간 부조화적으로 화음을 만들어 내어 어딘가 비틀린 사랑을 연상하게 한다. 중간에 약간 휴지기가 있다가 또 앞의 테마가 반복될 뿐, 끝나는 종장의 느낌은 없어서 곡이 끝나지 않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Anything You Say, Anything You (Don’t) Say. 첼로와 하프가 시종 일관 음이 빠른 속도로 연속적으로 저음에서 고음까지 이동하며 연주되는데, 그와 동시에 감정의 폭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린다. 그 점이 이색적이고 매력적이었다. 또 첼로의 꺾이는 소리가 마치 귀신의 울음 소리 같이 들려 굉장히 불안한 느낌을 주는 곡이었다.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Returning Point. 불안한 음색의 낮은 드럼음은 거의 변화를 주지 않고 반복되고, 첼로는 천천히 연주 된다.  완전히 폭발된 긴장감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용한 불안한 느낌.  마치 스릴러 영화에서 경찰이 범인을 뒤쫓는 장면을 볼 때와 같이 긴장된 느낌이 든다. 계속 듣고 있으니 마치 내가 범인이 되어 쫓기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Sky. 기존의 곡 같았으면 발전할 한 메인 테마가 실험 음악답게 발전하지 않은 채 끊임 없이 맴돈다. 밑의 저음만이 점점 범위를 넓혀갔다가, 다시 잦아들었다 할 뿐이다.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보통의 청량하고 맑은 느낌보다는 어딘가 왜곡되고 무너져가는 이상한 하늘의 느낌이 든다. Tuesday Morning. 첼로와 반대된 클라리넷의 톤이 의외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곡이었다.

사실 그녀가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이 앨범은 완전히 한 순간에 즉흥 연주되어 완곡이된, 완전한 즉흥(free improvisation)으로 이루어진 앨범은 아니다. 그렇지만 작곡할 때 어느 정도의 즉흥이 개입된 앨범이기에 계산되지 않은 자유로움과 낯섬을 느낄 수 있었다. 양한 새로운 악기들로 새로운 음색을 탐험하는 대신 첼로라는 악기에서 할 수 있는 소리 실험, 감수성의 확장에 성공한 앨범이라고 생각된다. 또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시작으로 조금씩 즉흥 음악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고 이것저것 찾아 듣기 시작하고, 알아가게 되었기 때문에 내 마음 속에 오래 기억될 앨범이다.

글 / 이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