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닻올림 백일장] 입선 ‘작곡가가 즉흥연주에 빠진 이유’

* 본 글은 2013년 ‘제2회 닻올림 백일장’에서 입선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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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가 즉흥연주에 빠진 이유

즉흥연주는 작곡과 연주가 동시에 이루어 진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오선지를 눈앞에 두고 천천히 해도 될 작곡이라는 절차를 순발력있게 악기 연주와 함께 밟아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단순한 작곡이나 악기연주보다 한 차원 높은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옛 서양음악은 본래 연주자와 작곡가의 분리가 없었으며, 모짜르트, 베토벤 등 후대에 길이 남는 작곡가들 모두 뛰어난 즉흥연주 실력을 발휘했을 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럽의 유명한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들은 미사때 훌륭한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일례로, 20세기 최고의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 역시 수십년을 노트르담의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하였다. 뿐만 아니라, 악보를 기보하지 않는 수많은 대중음악가들과 재즈 뮤지션들 또한 연주를 통해 작곡을 하거나 아예 즉흥연주를 자유자재로 할 줄 안다.

현재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지나친 분업화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즉흥연주는 커녕 악기를 자유롭게 다룰줄 모르고 단지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는 것만 잘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소리를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감각과 능력이 있다면 물론 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단지, 1950년대의 일부 음악과 같은 지나치게 수학적이거나 계산적인, 결과적으로 음악적이지 않은 음악이 나올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악기를 다루지 않는 작곡가는 무대에서의 현실을 잊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곡을 전공한 필자는 즉흥연주를 통해 오선지에 작곡을 하던 평소의 습관에서 비롯된 생각의 틀에서 모처럼 벗어나고자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한 즉흥연주의 목적은 청중에게 무엇인가를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2012년 4월에 뜻이 맞는 작곡가와 연주자들을 모아 즉흥음악 모임 “이십구”를 만들었을때에도 비슷한 이유로 모임장소를 연습실로 정하고 모임의 성격 또한 비공개 비밀 모임으로 한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자 하는 바램이 있었고 모두에게 편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비공개로 모임을 가진 것이다. 이때 모임에 가담한 클래식 연주자 또한 즉흥연주를 통해 그동안 악보를 보고 연주하던 제약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뮤즈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고 즉흥연주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었다.

“문래레조넌스 2” 사운드아트 창작 워크샵에 참가하기 이전의 이런 즉흥연주의 경험을 가진 이후,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 워크샵과 “닻올림픽” 즉흥음악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무대에서 즉흥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이는 연습실이나 워크샵에서 하는 즉흥연주와는 소리 자체는 같을 수 있었으나 몇가지 본질적인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4명이상 되는 대형그룹 내에서의 즉흥연주는 워크샵이나 연습단계에서는 서로의 소리를 듣기는 하되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전체적으로 시끄럽거나 쉼이 없는 바쁜 소리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그러나 연주 상황에서는 이 모든 사소한 소리들이 청중이 있음으로 해서 더 비중있는 제스쳐들로 다가오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 어느 동작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게감이 강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소리를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작은 소리가 더 많아지는 연주가 되었다.

같은 행위를 하였을 때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과 청중이 있는 상황 사이에 그 행위의 의미가 차이가 있을 까? 그 일이 그 순간 그곳에서 일어난다는 것 자체는 같을 수 있으나, 청중들이 그것을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도 즉흥연주와 행위예술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것은 즉흥연주는 예측이 불가능한, 짜여진 각본이 어느정도는 있을 수 있으나 악보만큼 구체적으로는 없는, 완전한 라이브 음악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감이 매우 중요하고, 청중으로서 그 현장에 있다는 것이 굉장히 설레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현대음악이나 행위예술, 즉흥음악 모두가 성공률(?)이 상당히 낮은 편인, 검증되지 않은 현재진행형 예술이라서 감상자에게 질 낮은 공연이 선사될 수도 있는 리스크가 있는 공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나 관객 모두가 흥미를 잃지 않고 자꾸만 해보려고 하고 계속 들어보려고 하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 군계일학처럼 훌륭하게 반짝거리는 예술적 우연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점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글 / 신지수

37_김자현, 김효정, 신지수, 님카, 전형산, 최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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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 Kim Jahyun (laptop) + 최세희 Choi Sehee (violin, low drum with balls) duo


전형산 Jun Hyoung San (selfmade electronics) solo


님카 Nimkha (voice) + 김효정 Kim Hyojung (violin) + 신지수 (toy piano, etc.) t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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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림 연주회_37 김자현, 김효정, 신지수, 님카, 전형산, 최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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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닻올림’의 2012년 마지막 연주회이자 37번째 연주회가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요일주의!) 오후 8시(입장은 7시 45분부터 가능)에 열립니다.

2008년 출발한 공간 ‘닻올림’은 오피스텔을 개조한 20석 규모의 소형 공연장 및 레코딩 스튜디오로 즉흥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의 정기연주회를 가지고 있으며 그밖에 영상물 상영회, 전시등을 진행하는 작은 공간입니다.

이번 연주회는 여섯명의 새로운 연주자 – 김자현, 김효정, 신지수, 님카, 전형산, 최세희씨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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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 / 김효정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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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카 / 전형산 / 최세희

김자현 Kim Jahyun 전자음악작곡을 공부한 후, 우연적이고 즉흥적인 소리와 음악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즉흥연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김효정 Kim Hyojung 바이올린과의 애증 관계를 꼭 정리하고 싶어서 바이올린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소리들에 반응하면서 바이올린과 화해의 길을 걷고 있는 중.

신지수 Shin Jee Soo 2012년 4월과 5월에 걸쳐서 한옥 공연 시리즈인 “노카(Nokha)”를 제작 및 발표한 후, 향후 전국 각지의 한옥에서 퍼포먼스를 여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2012년 4월 29일에 월례 즉흥연주모임 “이십구”를 결성하여 비밀리에 활동하다가 11월 문래레조넌스 2의 단원으로 닻올림픽 연주에 참여함으로서 즉흥연주를 무대에서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님카 Nimkha 남한 출신 즉흥연주/퍼포먼스 아티스트

전형산 Jun Hyoung San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시각과 청각의 결합을 통한 공감각적인 형태의 작업들을 진행중이며,아날로그적이고 물리적인 방식으로 비음악적 소리를 생산해낸다. 또한 틈틈이 자작악기들을 만들어 공연을 시도하면서, 선택과 시도 사이의 소리들을 감각적 경험을 통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세희 Choi Sehee 바이올린 연주자. 클래식을 전공하고 공부하던 중, 소리에 대한 어떤 염증을 느끼고 어느날부터 일상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기 시작. 기존의 음악 외에 다른 음악의 가능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즉흥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악기의 기존 사용법에 따르지 않아 발생되는새로운 소리나, 그 외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소리 자체에 흥미를 느끼며 그것들이 음악이 되는 순간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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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공간 ‘닻올림’ 전화_02-707-3118, email_ info@dotolim.com , twitter_@dotolim
– 홈페이지 https://dotolim.com

입장시 주의 사항 (개정)

기존에 닻올림을 이용해주시던 지하 1층 엘리베이터가 자유로이 출입이 불가능해졌습니다. 1층 입구에서 호출을 누르시는 경우 연주중에 많은 지장을 받을 수 있으니, 1층에 있는 경비실에 말씀해주시고 경비원의 안내를 받으셔서 입장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약도 google maps 다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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