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림 정기연주회_03 : 홍철기

공간 ‘닻올림’의 세번째 정기연주회가 2008년 5월 10일 오후 7시에 열립니다.

2008년 2월 시작하는 공간 ‘닻올림’은 오피스텔을 개조한 20석 규모의 소형 공연장 및 레코딩 스튜디오로 즉흥음악을 중심으로 정기연주회 및 영상물 상영회, 전시등를 진행하는 작은 공간입니다.

닻올림 정기연주회는 즉흥음악 연주자를 초대해 연주자에 포커스를 맞춘 스페셜 무대로 구성됩니다. 연주자가 직접 초대한 게스트와 함께 집중되고 밀도있는 연주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세번째 정기연주회의 주인공은 아스트로노이즈, 불길한 저음 및 솔로활동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홍철기씨입니다.

홍철기 Hong Chulki 

1976년 서울 출생. 1996년 이래로 노이즈 뮤지션, 즉흥연주자로 활동하고 있고, 국내 실험영화작가들의 영화음악작업에도 참여해왔다. 노이즈 음악과 전자즉흥음악 이론에 관한 연구와 저술활동도 병행하고 있으며, 각종 음향 기기(턴테이블, MD플레이어, 컴퓨터)의 증폭장치를 이용해 발생시키는 피드백을 연주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http://www.balloonnneedle.com

홍철기 (turntables)
Guest : 진상태 (hard drives)

문의 02-336-3184 / info@dotolim.com
홈페이지 https://www.dotol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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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기부 제도

닻올림은 여러분의 자율 기부 제도로 운영됩니다. 공연이나 작품을 감상하신 후에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 금액을 자유롭게 기부하시면 됩니다. 입장 수익은 해외 아티스트 초청 비용 및 아티스트 연주비로 사용되오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좌석 예약 안내

지난 연주회에 이어서 이번 연주회에서도 좌석 예약제를 시범 운영합니다. 사전에 좌석 예약을 원하시는 분들은 info@dotolim.com로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적어서 예약 의사를 알려주십시오. 확인후 예약에 대한 자세한 안내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약도

02_Joe Foster

CRW_5548비가 오는 날이었고, 나는 오랜 동안 알고 지낸 동네, 홍대근처를 지나 진상태의 새로운 연주공간인 닻올림을 향했다. 나는 닻올림이 작다고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작았다. 상태와 그 부인을 보니 훨씬 더 편해졌고 나는 악기를 셋업하면서 한길과 관객들을 기다렸다.

작은 방은 가득찼고 곧 나는 솔로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솔로연주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솔로연주가 싫어서는 아니다–음, 아마도 약간은 싫어하는 것 같기는 하다. 나는 흥분되었고 특별한 이유없이 긴장했다. 방은 그렇데 어둡지는 않았고 가까이 있는 관객들은 나와 악기의 거리만큼이나 가깝게 있었다. 관객들과 나는 악기를 올려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같은 거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곧잘 쉽고 자연스럽게 집중을 하게 되는데, 아마도 습관적이겠지만, "내 스스로를 잊는다." 하지만 닻올림에서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관객들의 거리,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찬 눈들, 그리고 왼쪽 편에 앉아있는 친한 몇몇 친구들의 집중도를 매우 잘 의식했다. 그래서 나의 연주는 최소한 처음에는 평소보다 더 의도가 분명하고 의식적이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매우 단조로운 전자음들과 어쿠스틱 음향의 톤을 바꾸고 섞어가면서 내가 기대하고 선호하는 초점으로 옮겨가길 바랬다.

때때로 그것은 제대로 맞아떨어졌고 나는 내 음악을 연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 음악이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무언가가 이 작고 따듯한 공간에 있는 나 자신의 물리적 존재를 계속해서 일깨워줬다. 어떻게 이 작은 방에 앉아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큰 공간에 있는 거대한 관중보다 더 존재감을 갖게 된 것일까? 그것은 어려운 일이면서도 아름다운 일이다.

CRW_5558잠시 쉬고 난 후에 내가 고대하고 있었던 셋의 차례가 되었다. 그것은 류한길과 듀오였다. 한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이자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한길이 얼마나 심하게 나를 새로운 음악의 영역으로 밀어붙이느냐와는 상관없이 그와 연주하는 것을 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듀오 셋은 매우 흥미롭고도 복잡한 것이었다. 내가 느끼기에 우리는 각자의 움직임을 예견하고 있었고, 시간차를 갖는 쪼개진 상호작용을 위해서 우리의 최초의 반응욕구에 따르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 보니 존스(Bonnie Jones)와 내가 지난 여름 일본 투어 기간 동안 서로의 연주에 대해 반응한 방식과 조금은 유사한 것이다. 보니와 나는서로에게서 벗어나면서도 서로를 뒤집을 수 있었고 우리는 의사소통을 깨버릴 수 있었는데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통해 흥미로운 다른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행히도 서울에서 이런 음악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갖게 되었다. 거기서 연주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글_조 포스터 Joe Foster
번역_홍철기 Hong Chulki
 
[원문]
 
It was a rainy day and I went through Hongdae, my old neighborhood, to Jin Sangtae’s new space, Dotolim. I knew the space was small, but it was even smaller than I’d expected. Seeing Sangtae and his wife made me feel much more comfortable, and I set up and waited for Hankil and the audience.
The small room got filled up. Pretty soon I started playing a solo.
I don’t do many solos, not because I don’t like to–well, maybe partly because of that. I was excited and uncharacteristically nervous. The room wasn’t dark, and the nearest member of the audience was as close to my equipment as I was, basically sitting across the table from me.
I’m used to falling into concentration very easily and naturally, maybe just by habit, and "forgetting myself," but this didn’t happen on its own at Dotolim. I was very conscious of the proximity of the audience, the curious eyes of people I didn’t know, and the attention of a few close friends sitting to my left. I was also aware of the vacuum of playing alone–I don’t feel this way playing at home or playing with others. So my playing, at least at first, was more intentional and conscious than usual. I consciously worked into a territory of alternation and intermingling of very prosaic electronic tones and much richer acoustic ones, hoping that path would lead me to the focus I expect and prefer.
At times, it worked and I was in my music, I was my music, but never for long. Something kept reminding me of my physical existence in this small, warm space.  How can such a small group of people in such a tiny room be more intimidating than a big crowd in a large venue? It is challenging and beautiful.
After a short break came the set I was looking forward to: a duo with Ryu Hankil. Hankil is one of my favorite musicians and people, and I knew I could feel comfortable playing with him no matter how hard he pushed me into new musical territory. The duo set was very curious and complex. I felt like we were anticipating each other’s moves and resisting our first response impulses in favor of delayed and broken interactions. It was actually a little like how Bonnie Jones and I interacted last summer on tour in Japan: we could digress and subvert each other, we could break the communication because we trusted each other to wind up somewhere interesting.
We are fortunate to have a new space for this music in Seoul. It feels good to play there.

– Joe Foster

01_최준용

CRW_5274‘능숙하지 않은 연주’로 발생하는 ‘적나라한 소리’의 전달이 나의 솔로 공연의 기본 방향이었다. 이런 생각은 종종 겪었던 즉흥연주나 전자음악에서 느꼈던 어떤 반발심리에 의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연주에 몰입되어 펼쳐지는 화려한 연주나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서 나오는 매끈한 소리의 반대지점 혹은 바닥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나 자신도 어느 정도 반발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어떤 소리와 연주가 관객들을 압도하여 ‘우와’가 아닌, 눈과 귀에 아무런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피식’거릴 수 있기를 바랬다. 물론 이런 효과는 닻올림이 작은 공간이어서 관객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기대해볼 수 있었다. 즉, 작은 공간에서 어쿠스틱으로 연주를 하면 소리가 나는 곳이 스피커가 아닌 그 물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으며, 스피커의 ‘소리를 증폭시킴으로써 음악처럼 들리게 하는 기능’을 배제할 수 있었다.
 
CRW_5285그때의 악기인 릴테이프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특성도 그런 능숙하지 않은 연주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내 마음대로 원하는 소리를 낼 수가 없기 때문에 항상 악기와 씨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드라이버와 같은 도구까지 들고 컨트롤하려면 손이 세 개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매끄럽게 연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날은 테이프를 플레이하지 않는 대신에 릴테이프 플레이어의 회전과 피드백으로 인한 진동으로 줄자, 심벌조각, 클립, 어쿠스틱기타 등의 매질이 갖고 있는 고유의 소리를 나게 하였다. 그리고 이런 ‘생’소리가 다른 소리와 어울리게 하지 않고 그냥 울려퍼지게 하고 싶었다. 아무리 생소리라고 하여도 음악적인 구조 속에서는 금방 ‘음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마치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재활용품으로 만든 악기의 앙상블처럼 말이다. 그 소리 자체의 톤이나 다이내믹의 변화가 이미 음악적인데 굳이 다른 성격의 소리를 보태어 풍부하고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이와는 반대로 뒤에 이어진 박승준과의 듀오에서는 오히려 두 가지 소리의 병렬배치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이런 적나라함을 전달하는 시도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진짜 나의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바닥’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이런 관점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습관적인 ‘노이즈음악’의 연주로 돌아간 것 같아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즉흥연주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즉흥연주에서 피하기 힘든 부분이 이런 습관적인 연주라고 생각한다. 매순간 다르고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연주가 즉흥연주인데 오히려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다보면 자기 몸과 귀에 익숙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많이 경험했었다. 물론 매번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협연에서의 즉흥연주는 많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경우에는 즉흥연주의 자유로움이 오히려 방해가 된 것이다. 만약 작곡을 하여 제약을 주었더라면 나의 소리에 대한 욕심이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 또 닻올림에서 솔로 공연을 할 기회가 있다면 이런 작곡을 시도해보고 싶다. 

by 최준용 Choi Joon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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