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제1회 닻올림 백일장

아래 글은 지난 2012년 2월 한달간 접수 진행되었던 ‘제1회 닻올림 백일장’에 대한 심사위원장 홍철기씨의 총평입니다. 이자리를 빌어 응모해주셨던 어려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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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과연 내가 이러한 총평을 해도 되는 입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내가 즉흥음악이나 노이즈 음악에 대해서 갖고 있는 입장이라는 것이 지금까지는 말하기보다는 직접 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그래서 나같이 음악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고, 남들이 악기 연습을 할 때 딴 짓거리만 해서 결국에는 남들이 ‘무식한 음악’이라고 하거나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을 무작정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즉흥음악이나 노이즈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란 내가 남들보다 잘 아는 어떤 것을 알려주거나 가르쳐주는 일이 아니라 (비록 이러한 음악에 사람들이 많이 노출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일지라도) 나도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같이 생각해보고 내가 알 수 없었던 것들이 그 과정에서 알 수 있게 된다면 좋겠는 어떤 것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것에 대해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닻올림 백일장은 어찌 보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형식("백일장")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부하지 않은 시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음악에 대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가? 특히나 그 음악이 무엇인지 실체를 규정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그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남들이 규정해 놓은 것이 없거나 부정적인 경우(‘~가 아닌 것’)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야기해야한다. 그리고 닻올림 백일장에 제출된 글들은 바로 이러한 용감한 시도들이라고 생각한다. 즉흥음악이나 실험음악 공연을 봤을 때, 혹은 음반을 들었을 때, 단순히 ‘좋다’거나 ‘대가의 명반’이라는 방식의 숭배(그리고 그 반대로 아마추어의 졸작이라는 식의 이분법)가 아니라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서로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관객, 혹은 청자의 언어가 필요하다. 그 언어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예술가에 대해 일종의 심사위원 선생님으로서 던지는 질문이나 평가, 혹은 그렇지 않다면 잘 모르니 배우겠다는 식으로 선생님 예술가에 대한 겸손한 학생의 입장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라 관객들과 청자들 사이에서 동등하게, 그리고 음악가 또한 이러한 관객과 청자의 입장에서 소통하고 논쟁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가장 먼저 제출되었고, 가장 긴 분량에 (그러나 아쉽게도, 그렇지만 또한 고맙게도) 영어로 쓴 이언-존 허친슨의 글은 나와 나의 친구들의 음악(활동)에 대한 포괄적이지만 세심한 분석을 담고 있다. 내가 평론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이다보니 이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쉽지 않을 듯하다. 허친슨의 글은 하나의 고민거리를 안겨주는데, 과연 이런 음악에 대해 한글로 이렇게 영어로 쓰인 글만큼의 내용과 분량의 평론을 과연 쓸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능력부족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글로 이와 같은 표현을 할 수 있는 언어적 장치들과 개념들이 그 사이에 고안되고 갈고 닦아 졌느냐 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단지 영어로 된 평론이 보다 깊이 있고, 한글로 된 평론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문제가 아니라 한글로 나름의 방식으로 이와 같은 평론(당연히 다른 관점과 생각에서)이 어떻게 앞으로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제출된 이미연의 글은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제즈 프렌치 라일리의 닻올림 공연에 대한 비평문이다. 허친슨의 글과 달리 짧은 분량의 공연에 대한 평이지만 두 글은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의 세심한 관찰과 그 관찰을 바탕으로 하여 진행된 사고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느껴진다. 특히 필드 레코딩 아티스트로서 야외에서, 혹은 실내에서 소리를 "채집"하는 제즈 프렌치 라일리의 태도가 그의 연주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관찰하는 필자의 사고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접수된 이리나의 글은 즉흥음악에 입문하는 청자의 입장에서 닻올림의 음악가들이 만들어내는 날 것의 소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옥경의 솔로 음반 <Nihm>에 대한 감상문이다. 앞선 두 글이 주로 글을 쓴 필자의 사고의 과정을 따라간다면 이 글은 이 음반에 수록곡들의 진행방식을 묘사하면서 그것이 주는 감정과 정서를 묘사하는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방식으로 쓰여 졌다. 물론 필자 본인이 말하듯이 아직은 입문의 단계에서 쓴 글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개념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실험음악 평론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다.

글 / 홍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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