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류한길 Ryu Hankil

CRW_8427 이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시계태엽에서 어떤 형태의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어서 환기를 시키는 차원에서 다른 연주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무엇인가와 연결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었다. 시계태엽의 작동에 의한 음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동에 의해 발생하는 음향의 구조만을 취할 수는 없을까?

이 관심은 이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타자기와 전화기 등에 관련된 사항이기도 했고 음악을 연주한다라는 행위의 태도를 어떤 방식으로 전환해 볼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이기도 했다. 어쨌든 과도기 적인 상황에서의 솔로는 사실 많이 두려운 것이기도 했기 때문에 공연 전날 거의 밤을 세워 준비를 했다.

공연 날 낮에는, 평소 버려진 시계태엽 부품이나 오래된 타자기 등을 싸게 파는 단골가게에  몇 대의 오실레이터를 사고자 하는 철기를 안내해 주었다. 날은 더웠고 습했다. 철기를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가는데 에도 예상 시간을 한 시간 이상 넘겨버릴 정도로 교통체증 또한 심했다. 땀이 범벅이 되어 겨우 오실레이터를 장만하고 서둘러 닻올림으로 향했다.

닻올림에 도착해서 공연 준비를 하다가 내가 사용하는 두 개의 소형앰프 중 하나의 어댑터가 안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히 짐을 잘 챙겨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준비했던 것의 반쪽 짜리 음향으로 솔로 연주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역시 혼자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을 때보다 즉흥연주를 할 때의 긴장감이 더 많은 가능성들, 방법들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어차피 시계태엽이든 무엇이든, 전통적으로 악기라고 인지되지 않는 것들을 이용해서 연주를 하고자 할 때에 즉흥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식인 것 같다.

다소 단조로운 듯 하지만 리듬에 대한 나의 관심이 잘 반영되는 사운드를 들었고 거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혼자서 긴 호흡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먼 옛날, 어머니들이 빨래 망망이질을 하던 그 호흡이 떠올랐다.

CRW_8491 솔로의 연주가 끝나고 상태와의 협연. 최근 서울에서 활동하는 몇 명의 즉흥연주자들 중에서 음악활동과 관련하여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경우를 접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대답을 할 수는 없지만 상태와의 협연에서 나는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다. 번번히 구체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 이 과정이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라는 점 만큼은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릴레이 이후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삶을 견뎌 나가야 하고 음악은 필연적으로 그런 부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취미로서든 전문적인 음악가로서든 분명히 나는 그날의 연주를 즐겼다.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모두들 주린 배를 채우러 근처 고기집으로 향했고 상태가 집에 가는 길에 닻올림에서 발견한 집에 두고 왔다고 생각해서 포기했던 어댑터를 전해 주었다.

‘스피커 위에 올려져 있던데…’

만약에 이 어댑터를 연주 전에 발견해서 밤 세워 준비한 대로 잘 진행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더 안 좋았을 것 같고 그날의 연주에 대해서 망쳤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멀쩡하게 가져와 놓고 잊어 먹은 나 스스로를 칭찬 해줘야 겠다.

‘잘했다! 잘했다!’

 

by 류한길

– 자주 출판 레이블 manual 홈페이지 http://themanual.co.kr
– 류한길 블로그 http://blog.naver.com/hdr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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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안내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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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 Hankil (speaker and piezo vibration)

 

Ryu Hankil (speaker and piezo vibration), Jin Sangtae (Hard disk dr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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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길 Ryu Hankil : speaker and piezo vibration

진상태 Jin Sangtae : Hard disk dr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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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림 정기연주회_09 류한길

공간 ‘닻올림’의 아홉번째 정기연주회가 2009년 9월 5일 토요일 오후 7시에 열립니다.

2008년 2월 시작한 공간 ‘닻올림’은 오피스텔을 개조한 20석 규모의 소형 공연장 및 레코딩 스튜디오로 즉흥음악을 중심으로 정기연주회 및 영상물 상영회, 전시등를 진행하는 작은 공간입니다.

아홉번째 정기연주회의 주인공은 자주 출판 레이블 매뉴얼(manual)을 운영하며 공연기획자 및 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류한길씨의 무대입니다.

 

for_profile류한길 Ryu Hankil

뮤지션이자 사운드 아티스트인 류한길은 일렉트로닉 솔로 프로젝트인 ‘DAYTRIPPER’로서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하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2004년부터 근본적인 영역으로서의 음향과 즉흥성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의 사운드, 미디어 작업에 관심을 느껴 2005년 3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미디어 연주회 ‘RELAY : Free Improvisation meeting’의 기획자 / 연주자로 활동하였 다. 보편적 악기가 아닌 시계태엽, 타자기, 전화기와 같은 ‘버려진 사물들’의 내부 진동음에 입각한 음악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Otomo Yoshihide, Jason Kahn, Dieb13, Taku Sugimoto, Toshimaru Nakamura, Taku Unami, Mattin 등과 같은 국외의 아티스트들과의 활발한 협업작업을 통해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현재 Otomo Yoshihide의 아시안 네트워크 프로젝트인 FEN(Far East Network)의 멤버로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주 출판 레이블인 manual 을 설립, 실험적 음반과 자주 출판물들을 발표하고 있다.

자주 출판 레이블 manual 홈페이지 http://themanual.co.kr

 

출연자

 

류한길 Ryu Hankil (speaker and piezo vibration)

Guest : 진상태 Jin Sangtae (Hard disk drives)

 

문의 02-707-3118 / info@dotolim.com

홈페이지 https://www.dotol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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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기부 제도

닻올림은 여러분의 자율 기부 제도로 운영됩니다. 공연이나 작품을 감상하신 후에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 금액을 자유롭게 기부하시면 됩니다. 입장 수익은 해외 아티스트 초청 비용 및 아티스트 연주비로 사용되오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좌석 예약 안내

사전에 좌석 예약을 원하시는 분들은 info@dotolim.com로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적어서 예약 의사를 알려주십시오. 확인후 예약에 대한 자세한 안내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입장시 주의 사항 (추가)

이번 연주회 부터 입장통로가 변경되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셔서 지하 1층 휘트니스 센터 앞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7층 710호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1층 입구에서 호출을 하시면 연주중에 많은 지장을 받을 수 있으니 이점 꼭 참조하셔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약도